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기고한 글 일부를 두고 맘카페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우 원장이 지난 4일 공개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기고한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이란 제목의 시론에 들어 있다.
우 원장은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고,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썼다. 게다가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는 표현도 했다.
이러한 문구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누리꾼들은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을 가야 하니까 오픈런을 하는 거다” “애가 아픈데 브런치가 입에 들어가나” “오픈런을 하면 얼마나 힘든데 그런 말을 하나”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내 자식이 아픈데 커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한시라도 빨리 진료를 받고 약 먹이려고 아침 일찍 가는 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협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습니다. 의협 한 관계자는 "어감상 엄마들이 문제라고 읽힐 수 있다"며 "특정 시간대에 환자가 몰리는 걸 말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부적절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다른 의료계 문제인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선 “전문성 없는 소방대원”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우 원장은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가 생긴 원인이 OECD 국가의 인구 천명당 의사 수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하며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는 과거 우리나라에 응급환자 분류 및 후송을 담당하는 1339 응급콜 시스템이 있었는데 2012년 119 법 개정으로 119로 통합·폐지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진단했다.
1339 응급콜 시스템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119로 통합되면서 지난 2013년 6월 폐지됐다. 그는 “1339 응급콜은 과거 공중보건의들이 응급환자가 발생되면 환자의 경·중증 여부를 분류한 후 응급처치와 이후 이어지는 후속 치료까지 고려하여 의료기간을 배정하여 전원시키는 시스템이었다”며 “그런데 119 법이 개정된 이후 전문성이 없는 소방대원이 응급환자의 경·중증 구분 없이 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니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하게 된 것이고, 그로 인해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의사 진료 보기가 가장 쉬운 나라"라며 "외래 진료 한 번 하려면 수 주간 대기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10분 이내 동네 의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고, 선진국들이 다 겪는 수술 대기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 원장은 국내 의사 소득이 'OECD 1위'라는 주장도 '가짜뉴스'라면서 "우리나라는 전문의의 경우 구매력(PPP)을 적용하면 봉직의 기준 OECD 31개국 중 2위, 개원의 기준 11개국 중 3위지만, 환율(USD)을 적용하면 봉직의 8위, 개원의 6위로 중위권"이라고 말했다. 우 원장은 "의사 소득 논란의 밑바탕에는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의사 죽이기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문화혁명 이후 중국 의료 붕괴가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 원장은 “일각에서 의사 숫자를 충분히 늘리면 그중 일부는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 않겠냐고 주장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에 의욕을 갖고 서로 지원할 수 있게 국가가 해 줘야지 피부, 미용분야 못 가고 떠밀려 간 의사들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려 밤새워 환자 곁을 지키는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 생명 지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게 국가와 사회는 도와야 할 책무가 있다”며, “올바른 정책은 의대 증원이 향후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먼저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논란이 되자 우 원장은 자신의 SNS에 “나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니고 원문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