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하나 싶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을 조성하며 협박하다 보니 막상 본인이 이런 상황에 닥치다 보면 깜빡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건데요. 한국의 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 상습범 12명의 목소리를 금감원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연락드립니다. OOO 씨 본인 되십니까?" 휴대폰 너머 차분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의 여성이 말을 건넨다. TV에서 등장한 보이스피싱범들처럼 말이 어눌하거나 연변 사투리를 쓰지도 않고, 국어책 읽는 어투도 아니다. 내가 살던 집 주소와 회사 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다. 깜빡 속아 넘어가기 쉽다. 10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12명의 목소리는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제보받은 937건의 사례 중 5회 이상 반복 제보된 것들이다. 해당 목소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조사결과 동일범으로 드러났다. 12번이나 되풀이된 목소리도 있었다
[상습 보이스피싱범 A : 본인께서는 어떤 생각으로 협조를 못 하는지 다르게 저희 쪽에서 판단할 수도 있고,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도 있으니까."] [상습 보이스피싱범 B : 연락드린 곳은 대검찰청의 이정현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상습 보이스피싱범 C : 서울중앙지검이고요. 저희 쪽에서 발부해 드린 공문장 혹시 못 받으셨어요?] [상습 보이스피싱범 D : 사건 현장에서 본인 명의로 된 증거물이 발견됐기 때문에, 출석 요구서를 받으시고 48시간 이내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오셔도 되시고요.] [상습 보이스피싱범 E : 수사 안 하실 거면 제가 소환장을 발부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싸가지가 없네. 이 XX가. 소환장 발부하겠습니다.] [상습 보이스피싱범 F : 저희 사법기관에서는 유선상으로 본인이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을 절대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사법기관이라고 본인의 개인 정보에 대해 여쭤볼 권한 없습니다.] [상습 보이스피싱범 F : 혹시 주의하실 점은 녹취하는 과정에서 만 19세 이상, 제3자의 목소리나 소음이 들리면 증거 자료 채택이 어렵다 보니깐요. 최대한 조용한 공간에서 녹취 부탁드리겠는데…] [상습 보이스피싱범 G : 아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요. (아니 말씀드렸잖아요.) 뭐라고요? 야 이 XX놈아 XXX 뒤지고 싶어 XXX. (아니 검사님이 이렇게 욕을 하셔도 됩니까?)]
이렇듯 검찰을 사칭하면서 수사목적의 통화임을 강조하고 구체적 사건 내용 언급과 함께 '계좌동결', '제3자 제공', '피해자 입증' 등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피해자 입증을 하지 않으면 소환장을 발부해 피의자로서 조사받게 하겠다고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잡음이나 제3자 목소리가 들어가면 통화 녹음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조용한 장소로 유도하고 숫자로 된 인터넷 IP주소를 불러주며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검찰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는 경우 가장 필요한 건 상대를 의심하고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해, 일단 전화를 끊고 직접 은행 등에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앱 등에서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모든 계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사건 공문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IP주소를 불러주는 경우, 불러준 주소 대신 검찰청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겠다고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금감원이 실제 목소리를 공개하고 주된 수법을 공유한 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섭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끊고, 확인하는 습관을 꼭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금감원에 제보할 수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 내 '보이스피싱 지킴이'에 녹취파일을 첨부해 올리면 된다.
한편 12명의 상습범 음성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금감원은 오는 23일까지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긴 5천 명을 선정해 무료 커피쿠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