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재벌 톰 포드 이야기
007 제임스 본드가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슈트,또 영화 싱글맨에서 콜린퍼스가 입은 슈트… 끝내주죠.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나오고. 근데 이 슈트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러면 2천년대 들어서 가장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는 누굴까요? 부와 명성 모두에서 최고가 된 사실 이 인물을 단순히 디자이너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패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 망해가던 구찌를 완벽히 부활시킨 주인공이고 자신의 이름의 따서 만든 브랜드. 작년 말 생긴지 20년도 안 된 이 브랜드가 에스티 로더에 팔렸는데 무려 약 3조 7천억 원에. 그리고 자기 이름과 같은 브랜드를 매각한 디자이너는 1조 5천억 정도를 손에 쥐었고요. 근데 늙지도 않고 우리로 치면 환갑이 넘었는데, 자 이번 주제는요, 구찌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를 되살아나게 하고 톰 포드를 만들고 영화에서까지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보그가 패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업가라고 표현한 Tom Ford의 톰 포드입니다.
톰 포드의 디자이너 성장기
톰 포드는 1961년 생인데 뭔가 패션업이랑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어요. 다른 유명 디자이너들처럼 어려서부터 남다른 면이 있었나 봐요.초등학교 때 다들 책가방 들고 다니는데 톰포드는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다녔대요. 그리고 할머니가 즐겨 보는 패션잡지를 자기가 찾아서 계속 보고 또 대학 생활은 뉴욕에서 주로 했는데 파티로 유명했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을 드나들고 놀면서 셀럽들과 어울리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죠. 훗날 디자인에서 어떤 화려함, 섹시함, 육체의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는 스타일 등등이 그랬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렇게 나이트클럽 죽돌이 같은? 뭐 그런 스타일로 이렇게 다니다가 학교를 때려치우고 배우랑 모델일을 하고 싶어서 뭐 이렇게 들어오는 게 샴푸광고 같은 거밖에 없었나 봐요.그래서 다시 건축, 실내 디자인 하려고 디자인스쿨로 학교를 옮기고요. 학교가 파리에도 캠퍼스가 있어서 파리에서 인턴으로 사회생활의 맛을 보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톰 포드는 그의 성격 중에서 가장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집념을 나타내서 뭔가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파리에서 인턴쉽을 끌로에에서 했다는데 정식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홍보하는 일을 도왔다고 하죠. 근데 보니까 ‘아, 나는 디자이너를 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실제 일을 해보는 거 자체가 중요한 거죠. 아무튼 그러고 나서 패션업계에서 성공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고 계속 디자이너 자리를 노리는 집념을 보여주는데요. 왜 집념이라고 표현하냐면, 톰 포드가 파리에서 미국으로 돌아와서 상업적으로 꽤 성공했던 디자이너 밑에서 어시스턴트 직을 얻거든요. 경력도 없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얻었을까? 톰 포드가 어떻게 했냐면 맨날 전화를 걸었대요. 근데 그런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 달 정도를 계속 매일 전화를 걸었는데 근데 하루는 자기가 노리던 그 디자이너가 전화를 딱 받는 거예요.전화를 받으니깐 일목요연하게 준비된 멘트를 쳤겠죠? 그러니까 상대방이 이렇게 나오는 거죠. “좋아요. 면접 봅시다” 근데 다음 이어지는 말이 “제일 빨리 오면 언제까지 올 수 있어요?” 그랬더니 톰 포드가 뭐라고 했을까요? “30초면 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저 로비에 있어요” 그 전화를 로비에서 맨날 걸었던 건 가봐요. 그리고 딱 면접 들어갔더니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음…스케치해온 건 마음에 드네. 그러면 좋아하는 유럽 디자이너 중에 누가 있어요?” 이렇게 묻는 거예요. 그랬더니 톰 포드가 “음…샤넬이랑 아르마니요” “합격. 내 보조원으로 일하세요” 근데 나중에 이 디자이너가 톰 포드한테 물었대요? “너 그때 왜 그렇게 대답했어?” “딱 보니깐, 아르마니를 입으신 거 같더라고요” 눈 썰미가 있었던 거죠. 그렇게 뉴욕에서 이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톰 포드는 디자인 그 자체만이 아니라 뭐가 잘 팔리는지를 항상 신경 쓰는 상업적인 감각을 익혔다고 하죠. 훗날 톰 포드는 재능과 피나는 노력 중에서 당신 같이 성공하려면 뭐가 더 중요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재능과 노력이 다 필요하지만, 노력,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라고 봅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는 많아요. 하지만, 그들이 나보다 더 추진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고 나 같은 집중력과 간절함을 가지고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후에 톰 포드는 페리 엘리스로 옮겨서 청바지 디자인을 맡기도 하고요. 이탈리아로 다시 옮겨가서 구찌에서 일자리를 얻습니다. 왜 이탈리아로 갔느냐? 패션의 본고장은 유럽이다 이런 생각이 계속 있었다고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당시에 뉴욕에서 HIV로 죽는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자신이 동성애자이기도 하니까 더 이상 맨해튼에 머물기가 너무 우울했다, 힘들었단 얘기도 하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톰 포드와 구찌 서로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 겁니다.
구찌와 톰 포드의 운명적인 만남
톰 포드가 구찌로 옮겨와서 여러 분야에서 계속 역량을 펼쳤지만요. 90년대 초반까지 구찌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구찌 가문에게 톰 포드는 그렇게 맘에 드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하죠. 왜 톰 포드는 지금도 그렇지만, 블랙 색상을 사랑하고, 각 잡힌 슈트 같은 거 좋아하고. 블랙을 어느 정도 좋아하냐면 내가 좋아하고 쓰는 블랙이 최소한 20가지 넘을 거다. 뭐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반면에 구찌 가문 사람들은 구찌 하면 브라운 색상을 써야지 부드러운 선을 써야지. 이렇게 계속 주장하고 그렇지만 영화까지 만들어졌던 막장의 과정 중에서 구찌의 주인이 바뀌고 또 톰 포드를 믿어줬던 ‘드메니코 드 솔레’가 구찌 브랜드를 이끌면서 톰 포드는 다시 날개를 폅니다. 왜 찰떡궁합이라고 하죠. 자기를 믿어주는 상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시잖아요? 그때부터 계속 쭉 그랬으니까 톰 포드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두 사람이 한 배를 타고 있는 거겠고요.암튼 도메니코 드 솔레가 그랬다고 하죠. 톰 포드한테 “우리가 비록 지금은 영업도 잘 안 되고 망해가는 브랜드 같지만, 우리에겐 구찌라는 이름, 브랜드가 있어” 그러면서 톰 포드한테 힘을 실어줬고요. 누구보다 미디어의 특성,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꿰뚫고 있던 톰 포드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가장 관능적인 디자인으로 한물간 브랜드라고 여겨지던 구찌를 완전히 젊고 핫한 브랜드로 부활시킵니다. 당시 광고들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음모를 G모양으로 왁싱을 해가지고. 다만, 당시에 관능적이고 매력적이긴 한데 ‘지나치게 선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런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톰 포드는 이런 부분에서 여러 해에 걸쳐서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죠. “뭐 여러 스타일이 있을 수 있지. 근데 내 옷은 허리 라인을 보여주길 원하는 여성,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여성을 위한 것이다. 올바름을 따지는 문화가 패션에도 들어오면서 거의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지만, 내 결론은, 나는 여성의 몸이 드러나는 남성의 몸이 드러나는 걸 좋아한다” 이런 톰 포드의 스타일에 헐리옷 스타들이 너도나도 구찌를 걸치고 등장합니다. 왜 마돈나가 시상식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를 쫙 빼입고. 구찌 가문한테서 브랜드를 샀던 쩐주가 구찌 때문에 우리까지 망하겠단 걱정을 하던 상황에서 이게 완전히 역전이 됐어요. 구찌의 매출, 그리고 브랜드 가치는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톰 포드는요, 구찌만 살려낸 게 아니었어요. 입생로랑을 살려내고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다,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드니 등등의 브랜드를 구찌 그룹이 품게 만들고 그리고 또 신기한 게 누군가 자기보다 뛰어난 재능을 발견하면 그걸 인정하고 톰 포드처럼 움직이기가 쉽지만은 거 같은데 톰 포드는 항상 그걸 생각하고 고민했데요. 나는 이렇게 해야 돼, 그럴 의무가 있어. 그게 뭐냐면 내가 지금 어떤 디자이너를 질투하고 있지? 어떤 재능을 계속 부러워하고 있지? 이걸 계속 생각했던 거예요. 질투나는 상대가 떠오르면 회사를 설득해서 저 브랜드 인수합시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 디자이너들이 톰 포드 밑에서 일하면서 성장하고 톰 포드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를 하죠. 한때 자신을 도왔던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훗날 유럽의 주요 패션 하우스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요.
톰 포드의 독립과 본인 이름의 브랜드 론칭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