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내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강인이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사과하며 불화설을 인정했다. 이에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 전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손흥민_이강인
손흥민_이강인

 

결정적인 찬스가 와도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공을 내주지 않았다. 이미 승부는 그라운드가 아닌 식당에서 결정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기록에 따르면 손흥민은 요르단전에서 대표팀 동료들을 향해 34차례 볼을 패스했다. 손흥민이 가장 많이 패스한 팀 동료는 이강인이었다. 손흥민은 이강인에게 10차례 볼을 내줬고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이강인은 황인범과 함께 손흥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패스를 받은 선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에서 55차례 대표팀 동료들에게 패스를 했다. 전반전 동안 손흥민에게 한 차례도 패스하지 않았던 이강인은 후반전에는 손흥민에게 세 차례 볼을 내줬지만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의 패스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경기장 곳곳에서 이강인에게 볼을 전달했던 손흥민과 달리 이강인은 손흥민을 향한 패스에 소극적이었다.

 

밖에서 불화가 그라운드 안까지 번졌다.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이강인은 손흥민을 쳐다보지 않았다. 요르단과 4강전 전반 39분 오른쪽에서 이강인이 김태환의 패스를 받아 안으로 드리블을 시도했다. 수비수 네 명이 이강인을 둘러쌌고 옆에 손흥민이 오픈 찬스로 열렸다. 그러나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패스가 아니라 직접 슈팅을 선택했고, 수비수 몸에 맞고 찬스는 무산됐다.

 

이강인_손흥민
이강인_손흥민

 

손흥민이 있었던 위치는 프리미어리그와 대표팀 경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명 '손흥민 존'이었다. 득점은 어려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유효 슈팅까지는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강인은 볼을 받기 전 중앙을 한 번 살핀 뒤 드리블을 하는 순간부터 고개를 땅에 박고 주변을 살피지도 않았다. 아예 손흥민이라는 선택지를 거부했다.

 

 

이강인은 왜 그랬을까?

2023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이 열리기 전날 저녁,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과 충돌한 것이다. 영국의 '더선'의 최초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은 '핑퐁 사태'로 불린다. 손흥민이 어린 선수들의 탁구를 제지하자 충돌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

 

매체 보도와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과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후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다.

 

선수들이 따르지 않자 손흥민은 후배들을 식당으로 불러 다시 얘기했다. 대화가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강인은 선배이자 주장인 손흥민에게 도를 넘어서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인
이강인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도 손흥민의 멱살을 쥐고 주먹질로 맞대응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코치들도 아무 말 않는데 왜 내 휴게시간을 방해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강인은 다른 선배의 훈계에도 '내가 그만두겠다'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남동생의 하극상이자 항명.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팀의 캡틴을 향해 막내급 선수가 주먹질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강인은, 그토록 사랑받던 이강인은 한국 축구 팬들의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탁구 선수가 돼라" 등의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내분이 인 상태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 한국은 0-2로 완패했다.

 

클리스만 감독은 '전술 부재'로 비판받는 와중에 선수단 관리도 제대로 못 한 실책이 명백하게 드러나 경질, 사퇴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시 선수들끼리 물리적 충돌 때 클린스만 감독이 자리에 있었음에도 별다른 제지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먹질' 사태 당사자로 지목된 이강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흥민과의 언쟁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은 하극상을 한 이강인의 인성을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강인_사과문
이강인 사과문

 

이강인은 SNS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성의 없는 사과문이라며 더욱 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을 향한 사과, 손흥민을 향한 사과가 빠졌다. 즉 진짜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를 사과 대상에서 빠뜨린 것이다. 또 주먹질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왜 그런 소란을 일으켰는지 설명도 없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일부 축구 팬들은 이강인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한 사랑을 받았던 국민 남동생이 대표팀 분란의 핵심으로 커, 국민 욕받이가 된 형국이다. 이런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건 이강인 본인밖에 없다.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수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했다.

 

# 식사도 무계획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식사' 철학. "씻고 먹든, 먹고 씻든, 알아서 해줘!"

 

대표팀의 저녁 식사 시간은 2시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저녁도 자율에 맡겼다. 먼저 씻고 밥을 먹든, 먼저 먹고 몸을 씻든, 알아서 하라는 것.

 

'국대'의 저녁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경기를 논의하고, 전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특히 경기 전날 저녁은 더욱 중요하다.

 

2월 6일, 요르단전을 대비해 전체 연습을 진행했다. 그때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전언이다.

 

그리고 저녁 시간.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하나둘씩 (식당에) 모였다. 코칭스태프도 비슷한 시간에 나왔다. 단, 이강인 등은 보이지 않았다.

 

탁구친구들

 

# 플레이룸

그 시각,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 등이 '플레이룸'에서 탁구를 쳤다. 플레이룸은 (숙소) 식당 바로 옆에 붙은 휴게 공간. 탁구대 등이 놓여 있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저녁을 먹는 동안, 플레이룸에 함성이 퍼졌다. "와", "아", "오"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땀을 흘리며 탁구채를 휘둘렀다.

 

한 고참 선수가 참다못해 이들을 불렀다. (다른 막내선수가 데려왔다.) 손흥민이 나섰다. "전지훈련 왔냐? 경기에 집중하라"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자 이강인은 불만을 드러냈다. "저녁에 탁구를 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며 받아쳤다. 물론, 탁구가 문제는 아니다. 시기와 장소가 문제였다.

 

# 멱살과 주먹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강인이 반격했다.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것. 손흥민은 피할 겨를도 없었다. 얼굴에 그대로 맞았다.

 

식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선수들이 엉켰고, 경호원이 말렸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옷에 걸려 'ㄱ' 자로 꺾였다. 그때 탈구가 일어났다.

 

손흥민은 화를 가라 앉히고, (먼저) 이강인을 찾아갔다. "내일 경기에 집중하자"며 손을 내민 것. 이강인도 "미안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일단락 됐을까? 고참 선수들은 이강인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선수들은 이강인의 돌발행동에 지친 상태였다.

 

# "이강인을 빼달라"

일부 선수들이 클린스만을 찾아갔다. 준결승 당일이었다.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팀워크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해줘' 클린스만은, 이번에는 해주지 않았다. 선수단의 문제와 선수들의 고민을 외면한 것. "이강인은 내가 써야 하는 선수"라며 선발로 내보냈다.

 

클린스만
클린스만

 

사실, 클린스만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문제의 그날 밤, SNS에 "꿈을 이루는 데에는 팀이 필요하다" (It takes a team to build a dream)고 적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균열을 방치했다. 그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해줄' 선수를 먼저 찾았다. 무전술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다.

 

 

# "퍼거슨의 1승"

알렉 퍼거슨 경이 말했다. "라커룸 안에서 있었던 일은 라커룸 안에서 끝낸다."

 

라커룸
국대 라커룸

 

퍼거슨 감독은 팀의 신뢰를 강조했다.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 외부로 새어 나가는 순간, 신뢰가 무너진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라커룸, 아니 식당 안에서 일어난 일을 발빠르게 인정했다. 심지어,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불을 지폈다.

 

다시, 퍼거슨 경의 말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PSG 이강인
PSG 이강인

 

이강인은 PSG의 미래일 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축구는, 탁구 단식이 아니다. 11명이 함께 뛰는 팀 스포츠다.

 

대표팀은 3월에 태국을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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