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낸 최원종(22)이 언론에 자필 편지를 보내 피해자들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편지에는 현재 처지를 비관하며 괴로움을 토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최 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현역-최원종
서현역-피의자-최원종

 

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원종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진위에 대해 해당 매체는 “최원종이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원종은 편지를 통해 본인의 성장 환경과 범행 동기, 사죄의 뜻을 함께 전했다. 편지에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며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라고 떠올렸다. 최원종은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 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스토커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분들을 스토커라고 의심하지 않고 전부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겠다”며 “피해자분들이 스토커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등 횡설수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자신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최원종은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도했다. 범행을 후회한다는 내용도 적었다.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 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고 적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며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고도 썼다.

 

분당-서현역-ak플라자
서현역-ak플라자

 

최원종은 편지에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대인기피증을 앓아왔다는 사실을 상당 분량 적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편지 내용을 본 전문가들은 최 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편지 내용은 거짓말이 뒤섞여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라고 매체를 통해 꼬집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범인 조선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내용상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면서 “소영웅주의적인 과대망상”이라고 매체에 지적했다.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사회에 끼친 악영향 수습하고 좋은 영향 전파하고 싶다”는 글귀는 반성과는 무관한 영웅심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 56분쯤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에게 휘둘렀다.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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